“팔 수 있는 급매는 다 팔렸다” — 양도세 중과 재시행, 매물 잠김과 집값 상승의 역설

"팔 수 있는 급매는 다 팔렸다" — 양도세 중과 재시행, 매물 잠김과 집값 상승의 역설

“팔 수 있는 급매물은 이미 다 팔렸어요.” 지난 8일,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가 한 말이에요. 5월 10일 자정을 기점으로 4년간 유예됐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전격 재시행됐어요. 부동산 시장은 지금 매물 잠김과 집값 상승이 동시에 벌어지는 기묘한 역설 속에 놓여 있어요.

4년 만에 돌아온 중과세율 — 최고 82.5%

2026년 5월 9일을 기점으로 약 4년간 유지되어 온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됐어요. 이에 따라 5월 10일부터는 규제지역 내 주택을 매도하는 다주택자에게 기존 중과세 체계가 다시 적용돼요.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 경우, 기본세율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가 가산돼요.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최고 세율은 무려 82.5%에 달해요. 양도차익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구조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거예요.

마감일 전날 — 구청 앞 줄 서기

유예 마감 전날인 9일, 서울 곳곳의 구청에는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마치려는 다주택자와 공인중개사들이 휴일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섰어요.

숫자가 이를 증명해요. 강남구청의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2월 135건에서 4월 507건으로 무려 275% 급증했으며, 5월 1일부터 8일 사이에만 198건이 추가 접수됐어요.

현장에서는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가격 인하 거래도 속출했어요. 노원구 한 공인중개사는 11억 원대 매물을 9억 7천만 원에 처분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시세 대비 약 12%를 낮춘 급매 수준이에요.

중과 이후 — 매물 잠김의 시작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매물은 7일 기준 6만9,175건으로, 10일 전 대비 3,184건(-4.5%) 감소했어요. 서울 아파트 매물이 7만 건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26일 이후 처음이에요.

역설적이게도 규제가 강화되자 집값은 오히려 오르고 있어요.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5% 상승했어요. 강서구가 0.30%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성북구(0.27%), 강북구(0.25%), 동대문구(0.24%) 등이 뒤를 이었어요.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 수요에 비해 신규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다주택자들이 내놓았던 전세 낀 매물도 세 부담 때문에 상당수 거둬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매수 수요는 꾸준하지만, 공급이 감소하면서 서울 집값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남은 보완책 — 실거주 유예 확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 조치는 2026년 5월 12일 기준으로 임대 중이거나 전세권이 설정된 주택이라면 모두 해당돼요.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어 이르면 5월 말부터 신청 및 허가가 가능하며, 2026년 12월 31일 신청분까지 적용돼요.

다만 정부는 갭투자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매수자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했어요. 실거주 의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유예(연기)’라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해요.

마치며

세금으로 시장을 조절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양날의 검이에요. 다주택자를 옥죄면 매물이 줄고, 매물이 줄면 오히려 집값이 올라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역설은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어요. 규제와 공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지 않는 한 서울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워요. 집은 투자 수단이기 이전에 삶의 공간이라는 점을 정책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지금 이 시장이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교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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